티스토리 툴바



"텔레비전"이라고 하니 TV수신기를 통해 방송이 보여지는 특정한 장치만을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텔레비전이란 본디 멀리 있는 것을 보여주는 모든 장치를 일컫는 말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엄밀히 말해서 스마트폰도 텔레비전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지요. 오늘은 이 '텔레비전'이라는 현대문화를 상징하는 "사물"을 통해 "현대성"을 통찰하는 한 드라마 시리즈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영국드라마 『Black Mirror』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Black Mirror:
모든 모니터는 꺼둔 상태에서 검은 거울과 같지요. 우리 얼굴을 비쳐 보여주는 거울이다가, 작동을 시키면 우리의 욕망을 부추기는 이미지를 끊임없이 생산해 냅니다. Black Mirror는 우리가 흔히 접하는 바로 그 '모니터'입니다. 우리의 욕망을 수신하는 바로 그 '모니터'말입니다. 



이 드라마는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편은 정치스릴러, 2,3편은 SF 장르의 드라마입니다. 각각 다른 이야기, 다른 인물들이 소개되지만 무언가를 보여주는 '화면'에 대한 이야기라는 공통점만큼은 온전히 지켜갑니다.


첫번째 이야기: "The National Anthem"
어느날, 영국 총리에게 테러리스트의 메시지가 전달됩니다. "영국의 공주를 납치했으니 공주가 살기를 바란다면 돼지와 수간을 하라!"는 메시지였습니다. 영국 총리는 자신의 정치생명을 위협하는 테러리스트의 협박에 극심한 갈등과 공포를 느낍니다. 


국민의 총애를 받는 공주를 죽게 한다면 자신의 정치생명을 끝이 날 게 분명하고, 동물과 수간을 한다면 정치생명은 유지될지언정 자신의 인간으로서의 격조는 무너질 수밖에 없을 터였습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의지이든 아니든, 무언가를 결정해야만 합니다. 도대체 무엇이 생명보다 고결하겠습니다. (오해하지 마세요. 이건 강조가 아닙니다. 반업니다.)
사람들은 모두 생명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고 생각하며, 생명을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포기하라고 강요합니다. 공주의 삶을 위해 개인의 인격적 파멸을 강요하고 그것을 당연하다고 여기지요. 그리고 누군가가 파멸하는 장면을 끝끝내 지켜보며 속으로는 '그를 동정했다'고 자위합니다.

그러나, 그가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모습을, 그가 결코 하고 싶지 않았던 행동을 기어이 보려고 하는 것이 어찌 폭력이 아닐 수 있겠습니까. 어찌, '죽음'보다 고통스럽지 않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드라마는 미디어의 폭력성과 폭력을 강요하는 인간의 욕망을 섬세하게 보여줍니다.


※ The National Anthem은 '애국가'란 뜻이랍니다. 어찌보면 '파시즘'을 상징하는 제목일수도 있을 것 같아요.


두 번째 이야기: "15 Million Merits"
두 번째 이야기는 '텔레비전 쇼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모든 것을 삼켜버리고 마는 TV쇼, 대중예술의 잡식성에 대한 이야기이며, 끊임없이 그것의 소비를 강요받는 현대인들의 고통을 풍자하는 이야기입니다.


드라마 속의 사람들은 방송에 나가기 위해 매일매일 자전거 바퀴를 돌려 '전기'를 생산해냅니다. 누군가를 밝게 비추기 위해 모든 사람들이 땀을 흘려야 하는 것이지요. 1500만달러가 있으면 쇼에 나갈 수 있습니다.


드라마 속 주인공은 돈을 다 모았지만, 동생을 잃은 슬픔과 무력감 때문에 쇼에 나갈 생각이 없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너무나 '순수'한 여인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녀를 위해 1500만달러를 내어주지요. '가수'가 되고 싶었던 그녀, 그러나 현실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아니, 아무런 힘이 없는 그녀에게 '쇼'는 그녀의 '순수'를 '파괴'할 것을 강요합니다. 그들의 논리는 '스타'가 되기 위해 매일 땀을 흘리며 전기를 만드는 '대중'이 있기에, 그들을 위해 그들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헌신'해야 한다는 것이었지요.



수퍼스타 K,위대한 탄생, K-pop Star 등, 오디션 프로그램 열풍인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강할 수 있는 '스타'라는 존재의 (일종의) '허구성'과 '스타'라는 허울을 입혀 놓고 그에게 온갖 것을 강요하는 미디어의 폭력성, 미디어의 문제를 인식하면서도 자신의 이익 앞에서는 무력해지고 마는 인간의 나약함을 이 드라마는 거침없이 까발립니다.


※ 이 드라마 속 인물들은 '야한 동영상'을 보지 않으려면, 돈을 지불해야 합니다. 우리가 보고 싶은 이미지를 선택하려면 무언가를 지불하지 않으면 안되는 세상, 이미지의 쓰레기장이 되어버린 미디어 현실을 풍자합니다.



 세 번째 이야기: "The Entire History of You"
 이 드라마는 '기억'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모든 기억을 백업해 두었다가 필요할 때마다 꺼내어볼 수 있게 된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입니다. 주인공은 버릴 수 없게 된 '기억'때문에 아내의 불륜을 눈치채고 그것을 끊임없이 '추궁'하다가 끝내 파멸에 이르고 맙니다.
복선으로 주어진 상황때문에, 보여주지 않은 '미래의 상황'까지 예측되어 결말부의 여운이 더 오래가는 에피소드였습니다. 


아무리 사사로운 일상일지라도 사건이나 메모(sns)를 통해 어떤 방식으로든 기록해두려는 현대인의 습성, 어찌보면 집착이라 할 수도 있을 이와 같은 습성이 결국 인간을 파멸시킬 수도 있다는 것을, 이 드라마는 말해주고 있습니다. 여백이 없는 삶이 얼마나 위험한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할 수 있게 해 준 '특별한'드라마였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영국 드라마의 위력을 경험했네요.

우리는 이미 "화면"없이는 살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이제는 더 이상 '화면들'을 포기해버리라고 강요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너무 '화면'에만 시선을 고정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볼 필요는 있지 않을까요?


※본 포스팅에 사용된 이미지의 저작권은 영국의 공영방송 Channel 4에 있으며,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음을 밝힙니다. 



전 눈이 좋은 편이었는데, 드라마를 많이 보다 보니, 어느날부터인가 눈이 나빠지기 시작했어요. 항상 같은 거리의 모니터만 보다 보니, 저의 눈이 그 거리에 익숙해져버린 거죠. 그래서 그보다 멀리 있는 것을 뚜렷이 볼 수 없게 되어버렸습니다.

시선을 항상 한 곳에 둔다는 건, 그래서 위험한 일인 것 같습니다. 우리가 다른 무언가를 더 잘 볼 수 있을 기회를 잃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

지금, 당신의 눈은 어디를 보고 있나요?
하루 한번쯤은 먼 데 있는 무언가를 눈에 담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짧지 않은 글,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새해 인사는 아주, 간략하게 드릴게요.
***제 블로그에 와주신 모든 분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
***새 해에는 더 아름다운 생각과 기억들을 '낳으시길' 기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1  ... 2 3 4 5 6 7 8 9 10  ... 132 

글 보관함

카운터

Total : 91,253 / Today : 21 / Yesterday : 89
get rss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