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이 이루어졌다」라는 문장에서 「이루어졌다」라는 단어는 정확히 어떤 때에 쓸 수 있는 것일까. 이 영화를 회상하며 문득 드는 생각이다.
2001년 11월 3일 다섯 시, 코아아트홀에서 영화표 두 장을 끊었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었던 류승범을 보기 위해서였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
설경구와 김영호의 중간쯤 되어보이는 외모의 이얼이라는 연기자를 비롯해 세 명의 주인공이 등장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고, 곧이어 화면 안으로 부르스를 추는 남녀가 들어왔다. 그곳은 성인 나이트 클럽이었다.
몰락에 닿아 가는 밴드, 와이키키 브라더스. 그들은 살아남기 위해 이 동네 저 동네의 성인 나이트 클럽이나 노래 주점, 심지어는 고추 아가씨 선발대회라든가, 회갑잔치 등을 좇아 다닌다. 한 때 퀸을, 롤링 스톤즈를 꿈꾸었던 그들은, 버스 휴게소의 간이 음반가게에서 과거에 같이 음악을 했던 친구의 음반을 사들며 자신들의 꿈을 회의하고, 그 자리에서 한 명의 멤버가 일상으로 복귀할 것을 선언한다.
넷이던 멤버는 셋으로 줄고, 그들은 다른 살 길을 궁리해 버려고도 하지만, 배운 것이 도둑질이라는 말처럼, 그들에겐 음악 외에 모든 것이 손에 설익다. 고향인 와이키키 호텔에서 고정 타임을 얻어 공연을 하게 되지만, 멤버인 강수는,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와 놀아난 정석과 심하게 다투고, 밴드를 떠난다. 다시 한 멤버가 줄어 버린,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신디사이저를 맡고 있던 정석이, 무명 여가수와 호흡을 맞춰 공연을 해줄 것을 요구한 호텔측 때문에, 완전히 뿔뿔이 흩어져 버리고, 성우는 과거에 자신에게 기타를 가르쳐준 스승과 출장 밴드를 전전한다.
아무튼, 대충 이야기는 이러했다.
처음에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무대에서 화면이 커지면서 등장한 부르스 남녀들 때문에, 장내는 여기저기에서 웃음이 터지곤 했지만, 나는 웃을 수 없었다. 고추 아가씨 선발대회에 나가서 너훈아의 노래를 반주할 때에도, 나윤아의 노래를 반주할 때에도, 가짜 이영자가 나와서 어설프게 웃길 때에도, 전혀 웃기지 않았다.
고교 동창 철이는 묻는다.
‘성우야 행복하니’
내가 들었던 영화 속의 대사 중이 대사만큼 사무치게 가슴을 쳐 내렸던 것은 없었다.
‘우리 중에 정말 하고 싶은 일 하는 사람은 너 밖에 없잖아’ 철이가 부연한다. 감사가 있은 후, 해고를 당한 철이는 이제 정말 희망이 없다. 음악은 오래 전에 손을 놓았고 직장은 자신을 버렸으며 아내와 딸에 대한 책임감은 막중하다.
성우는 자신이 하고 싶어 했던 음악을 하고는 있지만,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떠돌아다녀야 하는 외로운 방랑자이기에, 불안불안하게 하루를 연명해야만 하기에 행복을 단언할 수 없고, 철이를 비롯한 친구들은, (물론 철이처럼 비극적인 경우가 아닐지라도) 생활이 있고, 정착을 했고 아내가 있고, 대충 살아나가지지만, 꿈을 접었으므로 또 완전한 행복이랄 수 없다.
40대. 무엇을 해도 불행하다고 느껴야만 한다면, 혹은 외롭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면, 얼마나 슬플까. 영원한 지망생으로 살게 된다면 어떻게 하나. 혹은 손을 놓고, 꿈을 접고, 삶에 정착해 버리면 어떻게 하나. 어쩌면 정말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40대가, 그러한 현실 뿐이라면 그것은 또 얼마나 큰 비극일까, 스물다섯 살의 나는 갑자기 나이가 든 것 같은 기분에 휩싸였었다.
그래서인가 영화를 본 후에, 친구와 대화를 하면서도, 나는 자꾸만 다른 길로 벗어나려고 했었다.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지, 가끔 나도 모를 때가 있다. 그러나 가지 않을 수가 없어서, 또 걷고 있을 뿐인 그 길 위에서, 나는 자꾸만 나 자신에게 ‘행복하니’ 하고 물었던 것 같다.
브라더스
형제애에 버금가던 우정은 세월에 찢기고 말았다.
꿈은 비에 젖은 악보처럼 번져 흐릿해지고, 삶은 더 구차해질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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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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