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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림의 너무 매혹적인 현대미술 - 8점
신현림 지음/바다출판사
2002년에 1쇄가 발행된, 이 책이 2008년에 개정신판으로 새로 나왔네요.
월드컵이 끝난 이후의 열기가 '에세이'를 통해서도 다분히 묻어 있는 이 책은 신현림 시인이 시와 에세이로 풀어낸 '현대미술' 이야기입니다.

2004년과 2008년에 새로 바뀌어 나온 책의 제목이 '신현림' 시인의 '브랜드'를 고려했는지 '신현림의 너무 매혹적인 현대미술'로 바뀌었고, 좀더 대중적인 그림으로 표지디자인도 바뀌었네요. 저 그림은 저도 참, 재미있다고 생각했던 우리나라 작가 '김범'의 "임신한 망치"라는 작품입니다.

현대미술은 끝없이 변하는 젊음을 기본으로 하며 어떤 모습으로든 관객과의 소통을 추구한다. 이 책은 21세기에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동시대를 아우르는 작가와 작품들에 대해 내 감성으로 걸러낸 에세이다.  p.9

'미술'이라고 하면 학교 다닐 때, 수업시간에나 억지로 듣던 "뭔가 나와는 다른 예술이란 세계'라며 벽을 세우고 계시진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미술'조차 '주입식'으로 배웠기 때문은 아니었나, 예술교육이란 것 자체가, 좀 잘못되었던 게 아닌가, 란 생각을 합니다. "어떻게 보는가"라는 본질적인 문제로부터 접근하고, "우리들은 어떻게 세상을 보는지" 그림으로 풀어낼 수 있도록 하였다면 미술이 좀 더 쉬워졌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원래 표지였던 그림으로, 후안 무뇨스의 "구석을 향하여(Towards The Corner, 1998)"입니다.)

현대미술이라고 하면, 웬지 더 어렵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래도 인상파까지는 형태가 보이니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잖아요. 하지만 구상화/추상화로 넘어오면 "저게 그림이야?"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네, 위아래 구분도 못하구요. ^^) 현대미술을 이해하려면 서양미술사를 다 이해해야 한다는 말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식으로만 미술작품을 보게 된다면, 과연 우리의 시각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고리타분하게 예술작품을 이해할 바에는, 안 보는 게 나은 건 아닐까요?
현대미술이란 걸 감상하고 싶고, 또 알고는 싶은데 '어떻게' 봐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도대체 어딜 가야 그런 걸 볼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생각하시는 분들에게 추천해드리고 싶은 책입니다. 혹은, 현대미술따위 나랑 뭔 상관이야? 도대체 예술은 엇따 써 먹는 개뼉다구야?!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에게도 꼭 소개시켜드리고 싶은 책입니다.

'인생은 스스로 알든 모르든, 크든 작든 저마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과정'임을 사람들은 느끼고 있을까, 그리하여 예술이야말로 인생 그 자체보다 더 흥미롭거나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축제임을. p.8

전시회를 통해 작품을 소개하는 작가들만이 예술을 하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 일상에서도 '아름다움'은, '예술'은 발견된다는 것을 많은 좋은 글귀를 통해서 이야기해주는 책인데요,

내 생각은 개념적인 미술을 재미있고 즐거운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어떤 것을 할 때마다 너무 신중하고 현명한 사람보다는 무언가를 만드는 어리석은 사람이 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신 랜더스

무엇보다도 제가 좋아하는 시인의 시들과, 신현림 시인의 일상의 기억들이 '독특한 이미지'와 맞물려 '현대 미술 작품'들을 더욱 오래 기억할 수 있도록 해 줍니다.

왜 예술을 하냐고요? 왜냐하면 예술은 언어이기 때문이죠. 예술은 곧 수많은 가능성입니다. 또한 영화사의 경우에는 많은 돈 투자가 필요하지만 예술은 많은 돈이 필요하지 않는데도 수많은 가능성을 갖고 있잖아요. -욘 복

게리힐, "나는 그것이 다른이의 이미지의 반영이라 믿는다(I Believe It Is An Image In Light Of The Other)", 1991~1992

이 책을 읽고 현대미술은 詩와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詩라고 하면 어렵다는 생각부터 드실텐데요, 그것을 어떻게 '감각'하느냐에 따라 시는 너무나 쉬워질 수 있어요. 이 책의 현재 표지 작품인 '임신한 망치'를 보며, 웬지 호기심이 생기는 것처럼 말입니다. 우린 그것을 이해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어요. 詩도 그렇습니다. 느끼려고 하지 않고, 머리로 이해하려고 하니 어려워지는 겁니다.

어제 이창동 감독의 '시'를 봤는데요, 안도현님의 시가 나오더라구요.
 
너에게 묻는다
                                              안도현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1999년도 소월시문학상 작품집 수록-

참~쉽죠 잉? 우리가 친해질 수 있는 시는 참 많아요. 다만, 시로 가는 약도가 없기 때문에 시와 멀어지는 것 같습니다. 또, 굳이 찾아 읽을 필요를 못 느끼기 때문이기도 하죠.

학교 다닐 때, 그런 얘길 많이 했습니다. "예술은 쓸모가 없는 건데, 왜 우린 예술을 하려고 하는 걸까." 그런 이유로, 문학을 2순위로 밀어내고 '생활'을 택하는 사람들도 많았을 것 같아요. 그런데요, 예술은, '쓸모가 없기 때문에' 희망을 갖고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영화나 소설 따위 안 봐도 우린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어요, 하지만 영화나 소설을 보면, 그것을 통해 세상을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게 되면 우리는 더 맛있게 먹고 더 즐겁게 살 수 있습니다. 예술이 가진 원동력은, 그러한 쓸모 없음의 쓸모인 것 같아요.
현대미술 작품을 본다는 것도 그렇습니다. 현대미술작품에 대해 모른다고, 직장에 못 들어가는 건 아닙니다. 현대미술작품을 모른다고 무시당하지도 않죠. 하지만 예술작품을 통해서, 우리가 세상을 보는 시각을 '풍부'하게 할 수 있다면, 낮은 곳에서 혹은 높은 곳에서 대상을 볼 수 있도록 할 수 있다면, 우리 삶은 더욱 많은 가능성을 갖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찾으려고 하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는 인생의 가능성!! 삶의 역동성!! 이 책을 통해서 더 많은 가능성을 열어보시길 바랍니다.



본 포스트에 사용된 이미지의 출처는 "신현림의 너무 매혹적인 현대미술"이며,
그림에 대한 저작권과 모든 권리는 "후안 마뇨스"와 "게리 힐"에 있음을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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